서로 다른 디지털 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를 위하여

10/18/2021

캐서린 구 (Catherine Gu) Visa CBDC 총괄




친구 모임에서 저녁 밥값을 나눠 계산하려고 하는데 사용하는 디지털 통화가 모두 제각각이라면 어떨까요? 또는 친구에게 스테이블코인을 보내면 그 친구가 거주 지역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로 받을 수 있고, 이 과정이 플랫폼은 다르더라도 단일 디지털 월렛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런 상황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전에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바로 크로스체인(서로 다른 블록체인간에 정보와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의 상호운용성 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즉, 각기 다른 기술 스택과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컴플라이언스 표준과 시장 요건까지 다른 여러 종류의 디지털 통화가 통합적인 가치 네트워크 내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밥값을 나눠 낼 때 이미 기존 금융결제 수단과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면, 왜 굳이 보편적 결제 채널이 필요할까요? 현재는 디지털 통화가 일상적인 금융 생활의 일부가 아닐 수 있으나, 미래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CBDC란 소비자, 가맹점, 금융기관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의 중앙은행 화폐를 말합니다. 지난 2년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CBDC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으며, 향후 많은 중앙은행들이 일종의 디지털 원장을 운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중앙은행들은 거버넌스, 시장 요건, 기술 제공업체, 컴플라이언스 표준, 국가적 우선순위와 목적 등의 요인을 고려해 자국민들에게 가장 적합한 기술 스택과 설계 프로토콜을 채택하게 될 것입니다. 즉, 각각 다르게 설계된 디지털 네트워크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 기업, 가맹점이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동일한 화폐를 사용할 가능성은 줄어들게 됩니다.

CBDC가 보편화되려면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충분한 가맹점 확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 통화, 채널, 폼팩터에 관계없이 결제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러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Visa의 “보편적 결제 채널(Universal Payments Channel, UPC)” 개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Visa의 리서치팀과 상품팀은 크로스체인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고자 새로운 개념인 UPC를 개발했습니다. UPC는 복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하고 디지털 통화의 안전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허브 역할을 합니다. 통화의 폼팩터와 관계없이 중앙은행, 기업, 소비자가 원활하게 가치 교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블록체인계의 “유니버설 어댑터”인 셈입니다.

Visa가 구상하는 UPC 허브는 블록체인간 전용 결제 채널을 구축해 다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형태로, 여러 국가의 CBDC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하거나 복수의 CBDC 네트워크를 일부 비공개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UPC 허브 내에 새로운 결제 채널을 만들어 안전한 신규 블록체인을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에 쉽게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상호운용성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UPC는 디지털 화폐의 거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오늘날 최신 결제 네트워크들은 초당 수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나, 현재 운영 중인 대규모 블록체인들 중 일부는 초당 거래 건수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UPC의 전용 결제 채널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구축되며, 스마트 컨트랙트(조건부 자동계약 체결)를 활용해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통신하면서 많은 거래 건수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동시에 속도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UPC허브의 존재를 인지할 수는 없겠지만, UPC를 통해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이 마련되면 전 세계 소비자와 기업은CBDC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UPC 솔루션의 목적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 역할을 해 Visa 네트워크 또는 여타 네트워크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형태 화폐 이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